[석첨] ‘지지경의 구종(九種)의 계정혜’라 말한 것에 대해 살피건대, *논(論)의 글에서는 이미 육도(六度)가 다 아홉 종류가 있다고 했는데도 *이제 다만 셋을 말하고 있는 것은, *셋으로 여섯을 포섭하거나 *간략히 셋의 요긴한 것만을 들거나 하려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여러 위계의 *공용(功用)이나 *원행(願行)의 특질이나 단혹(斷惑)의 종류나 *피물(被物)의 넓고 좁음이나 *의토(依土)의 청정하고 더러움이나 *시적(示迹)의 다소나 *진응(眞應)의 우열(優劣)이나 법문에 상대함 따위는 고루 나열할 것이 되지 못한다. 그러므로 지금의 글에서는 다만 *한 가지 면만을 밝히는 데 그쳤으니, 그 까닭은 널리 *법상(法相)을 밝힐 틈이 없는 데 있다. *이제 경문(經文) 자체를 따른대도 또한 자세히 할 일이 아니니, 널리 경론(經論)을 파고들 때는 아마도 경의 *본문(本文)에 잡스러움을 더하는 결과가 되고 말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문상(文相)에 의지한대도 권실(權實)을 구별하기에는 족함을 알 수 있다.

言地持九種戒定慧者. 論文旣云六度皆九, 今但云三者. 或以三攝六, 或略擧三要. 然諸位功用․願行法相․斷惑品類․被物廣狹․依土淨穢․示迹多少․眞應優劣․對當法門等, 非可具列. 是故今文, 但明一轍, 所以不暇廣明法相. 今順文體, 亦不委曲. 廣尋經論, 恐添雜本文. 故知依此文相, 足辨權實也.

13480논. 지지경을 가리키니, 지지경을 지지론이라고도 일컬어진다. 지지경의 구명(具名)은 보살지지경인데, 미륵보살이 보살의 수행 방법에 대해 설한 것을 무착(無著)이 기록한 것으로 되어 있는 이 경은 논문의 성질을 띠고 있는 까닭이다.
13481이제 다만 셋을 말하고 있음. 원문은 ‘今但云三’. 六바라밀 중 지계․선정․지혜만을 들고 있는 일.
13482셋으로 여섯을 포섭함. 원문은 ‘以三攝六’. 六바라밀을 지계․선정․지혜의 세 바라밀에 포함시키는 일. 보시․지계․인욕을 하나의 지계로 보고, 정진은 다섯 바라밀에 다 해당한다고 보면 세 가지 바라밀이 된다.
13483간략히 셋의 요긴한 것만을 듬. 원문은 ‘略擧三要’. 六바라밀 중 셋이 가장 중요한 바라밀이기에 든 것이라는 입장이다.
13484공용. 작용.
13485원행. 10056의 주.
13486피물. 중생에게 교화를 입히는 것. 중생의 제도. 물(物)은 중생.
13487의토. 의보(依報)로서 받은 국토. ‘의보’는 2887의 주.
13488시적. 불․보살이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 몸을 나투시는 일.
13489진응. 진신(眞身)과 응신(應身). 법신․보신을 진신이라 한다.
13490한 가지 면. 원문은 ‘一轍’. 오십이위(五十二位)․삼관(三觀)․오행(五行)에만 의거한 점. 13491법상. 법의 특질. 법의 양상.
13492이제 경문 자체를 따름. 원문은 ‘今順文體’. 부처님 일대(一代)에 설해진 경전에 나타난 근본적 취지를 따르는 일.
13493본문. 본래의 경문.
13494문상. 글에 나타난 양상. 글의 내용.

 [석첨] 다음에 전체적으로 보살의 위계를 밝히는 중에서도 역시 세 경전에 입각했다. 먼저 표방했다.

次總明位中, 亦約三經. 先標.

 [석첨] 둘째로 전체적으로 보살의 위계를 밝히건대, 곧 세 경전에 입각한다.

二總明菩薩位者, 卽約三經.

 [석첨] 다음으로 해석하니, 해석 중에 둘이 있다. 처음으로 영락경에 입각한 것에서는 위계를 나열하고, 이를 해석했다.

次釋. 釋中二. 初約瓔珞者. 列. 釋.

 [석첨] 첫째는 영락경에 입각해 위계를 밝힘이다. 경에 칠위(七位)가 있다 했으니, 십신(十信)․십주(十住)․십행(十行)․십회향(十廻向)․십지(十地)․등각(等覺)․*묘각지(妙覺地)다.
 처음의 *십신심(十信心)은 곧 *외범(外凡)이니, 또한 *별교의 간혜지(幹慧地)요, 또한 *복인(伏忍)의 위계라고도 한다.
 *십주(十住)는 곧 *습종성(習種性)이다. 이로부터 *삼십심(三十心)을 다하기 까지가 다 *해행(解行)의 위계니, 모두가 별교의 *내범(內凡)이어서, 또한 *성지(性地)요, 또한 *유순인(柔順忍)의 위계라 이른다. *별교의 도리에 입각해 미루어 생각할 때는 응당 *정법(頂法) 같음이 될 것이다.
 *십회향(十廻向)은 *도종성(道種性)이니, 별교의 도리에서 미루어 생각할 때는 응당 *인법(忍法)․세제일법(世第一法) 같음이 될 것이다.
 질문. ‘이제 별교를 밝힘에 있어서 어찌 사선근(四善根)의 명칭을 쓰는 것인가.’
 대답. ‘별교의 십지(十地)는 이미 *사과(四果)에 배당한 바 있으니, 이제 방편으로 사선근에 견준들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또 통교는 *통교․별교의 진사(眞似)의 양해(兩解)에 공통하는 터이므로, 이 차례를 세우면 뜻에 있어서 분명해진다.’
 *십지(十地)는 곧 *성종성(聖種性)이니, 이는 다 별교의 사과(四果)의 *성위(聖位)에 들어가 온통 무명혹(無明惑)과 별교의 견사혹(見思惑)을 끊는 것이다.
 *등각(等覺)의 위계는 곧 *등각성(等覺性)이니, 보살에서 바라볼 때는 *등각불(等覺佛)이라 이르고, *불지(佛地)에서 바라볼 때는 *금강심(金剛心)의 보살이라 이르며, 또한 *무구지(無垢地)의 보살이라고도 이른다.
 묘각지(妙覺地)는 곧 *묘각성(妙覺性)이니, 곧 *구경(究竟)의 *불보리(佛菩提)의 과(果)요 대녈반(大涅槃)의 *과과(果果)다.

一約瓔珞明位數者. 經有七位, 謂十信․十住․十行․十廻向․十地․等覺․妙覺地也.
初十信心, 卽是外凡, 亦是別敎幹慧地, 亦名伏忍位也. 十住卽是習種性. 此去盡三十心, 皆解行位, 悉是別敎內凡. 亦是性地, 亦名柔順忍位. 約別敎義推, 應如煖法也. 十行卽是性種性. 別敎義推, 應如頂法. 十廻向, 道種性. 別敎義推, 應如忍法世第一法. 問. 今明別敎, 何用四善根名. 答. 別敎十地, 旣對四果. 今以方便, 擬四善根何咎. 又通敎通於通別眞似兩解. 作此比次, 於義分明也. 十地卽是聖種性. 此皆入別敎四果聖位, 悉斷無明別見思惑. 等覺位卽是等覺性. 若淫菩薩, 名等覺佛. 若淫佛地, 名金剛心菩薩, 亦名無垢地菩薩也. 妙覺地卽是妙覺性. 卽是究竟佛菩提果, 大涅槃之果果也.

13495묘각지. 묘각의 경지. 묘각과 같다.
13496십신심. 십신과 같다. 7895의 ‘十信’의 주.
13497외범. 2609의 ‘內外凡’의 주 참조.
13498별교의 간혜지. 원문은 ‘別敎幹慧地’. 간혜지는 통교의 위계인데 왜 별교의 간혜지라 했는가. 통교는 삼장교․별교․원교와도 공통하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별교의 십신은 통교의 간혜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13499복인. 12490의 주.
13500십주. 3145의 주.
13501습종성. 보살의 성분(性分)을 여섯 가지로 분류한 육종성(六種性)의 첫째. 십주(十住)의 보살이 공의 도리를 닦는 것을 이른다.
13502삼십심. 십주․십행․십회향의 서른 단계.
13503해행의 위계. 원문은 ‘解行位’. 이해가 생겨 행을 닦되 진여를 체득하지는 못한 십주․십행․십회향의 위계.
13504내범. 2609의 ‘內外凡’의 주 참조.
13505성지. 여기서는 六종성의 둘째인 성종성(性種性)을 이른다. 공에 머물지 않고 온갖 차병상을 이해하여 중생을 교화하는데 힘쓰는 보살. 십행에 해당한다.
13506유순인. 12491의 주.
13507별교의 도리에 입각해 미루어 생각함. 원문은 ‘約別敎義推’. 별교에 입각해 삼장교의 위계를 추측하는 것.
13508정법. 2663의 ‘四善根’의 주 참조.
13509십회향. 3149의 주.
13510도종성. 중도를 관하는 것에 의해 온갖 불법에 통달하는 위계. 십회향의 보살. 六종성의 셋째다.
13511인법․세제일법. 2663의 ‘四善根’의 주 참조.
13512사과. 1974의 주.
13513통교․별교의 진사의 양해. 원문은 ‘通別眞似兩解’. 계내․계외의 단혹(斷惑)을 참된 이해라 하고, 복혹(伏惑)을 접근한 이해라 한다는 뜻.
13514십지. 1487의 ‘初地乃至十地’의 주.
13515성종성. 중도의 관법을 닦아 무명혹을 깨고 성자의 위계에 들어감이니, 십지에 해당한다. 六종성의 넷째.
13516성위. 성자의 위계.
13517등각. 1207의 주.
13518등각성. 六종성의 다섯째. 앞의 위계보다는 크게 뛰어나지만 뒤의 묘각에 비해서는 한 단계 낮은 위계. 제십지(第十地)의 후심(後心)에서 온갖 번뇌를 단절하는데, 그것이 끝난 단계가 등각성이다.
13519등각불. 등각의 부처님. 보살에서 볼 때는 등각은 부처님과 동등함을 이른다.
13520불지. 부처님의 경지.
13521금강심의 보살. 원문은 ‘金剛心菩薩’. 금강유정(金剛喩定)을 닦는 보살. 12291의 ‘金剛三昧’의 주 참조.
13522무구지의 보살. 원문은 ‘無垢地菩薩’. 더러움(번뇌)를 떠나 청정한 보살. 등각의 보살을 일컫는다.
13523묘각성. 六종성의 마지막 것. 부처님의 위계.
13524구경. 278의 주.
13525불보리의 과. 원문은 ‘佛菩提果’. 부처님의 깨달음의 과. 부처님의 깨달음.
13526과과. 녈반을 이른다. 보리(깨달음)는 수행의 결과이므로 ‘과’라 하고, 이 과에 의해 녈반이 실현되므로 이를 ‘과과’라 한다.

 [석첨] 둘째는 *대품반야경의 삼관(三觀)에 입각해 위계와 결부시켜 *단복(斷伏)의 높고 낮음을 밝힌다. *대품반야경에서는
 ‘보살이 *도혜(道慧)를 갖추고자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우라.’
고 하시니, 곧 이는 십신(十信)에서 *종가입공관(從假入空觀)을 익혀 *애견(愛見)의 논의(論議)를 억제하는 것에 의해 십주(十住)의 위계에 들려 함이다. 만약 십주를 얻는다면 곧 *계내(界內)의 *견사혹(見思惑)을 끊음이 된다.
 ‘도혜를 가지고 *도종혜(道種慧)를 고루 갖추고자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우라.’
고 하시니, 이는 곧 *종공입가(從空入假)의 십행(十行)이다.
 ‘또 도종혜를 가지고 *일체지(一切智)를 고루 갖추고자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우라.’
고 하시니, 이는 곧 *중도정관(中道正觀)을 닦아 십회향(十廻向)에 드는 일이다.
 ‘일체지를 가지고 *일체종지(一切種智)를 고루 갖추고자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우라.’
고 하시니, 이는 곧 중도관(中道觀)을 실현하여 십지(十地)에 드는 일이다.
 ‘일체종지를 가지고 번뇌의 습기를 끊고자 한다면 마땅히 반야바라밀을 배우라.’
고 하시니, 이는 곧 등각의 경지요, *무명번뇌의 습기가 다하면 이를 일러 부처님이라 하니, 곧 묘각의 경지다.

二約大品及三觀合位, 明斷伏高下者. 大品菩薩, 欲具道慧, 當學般若. 卽此十信, 習從入空觀, 伏愛見論, 欲入十住位. 約得十住, 卽斷界內見思也. 欲以道慧, 具足道種慧, 當學般若. 此卽修從空入假十行也. 欲以道種慧, 具足一切智, 當學般若. 此卽修中道正觀, 入十廻向位也. 欲以一切智, 具足一切種智, 當學般若. 此卽是證中道觀, 入十地也. 欲以一切種智, 斷煩惱習, 當學般若. 此卽等覺地也. 無明煩惱習盡, 名之爲佛, 卽妙覺地也.

13527대품반야경의 삼관. 원문은 ‘大品及三觀’. 급(及)은 지(之)의 잘못이거나 연문(衍文)일 것이다.
13528단복. 12026의 주.
13529대품반야경. 원문은 ‘大品’. 그 초품(初品)의 인용이요, 대지도론에서는 二七에 해당한다.
13530도혜. 보살이 불도를 분별하고 사유하는 단계에서 얻어지는 지혜.
13531종가입공관. 2770의 주.
13532애견의 논의. 원문은 ‘愛見論’. 애론(愛論)과 견론(見論). 사물에 애착을 일으키는 데서 나오는 말이 애론이요, 그릇된 견해에서 나오는 말이 견론이다. 사혹(애혹)의 말과 견혹의 말로 보아도 된다.
13533계내. 3721의 주.
13534견사혹. 원문은 ‘見思’. 1098의 주. 또 457의 ‘障中道微細無明’의 주 참조.
13535도종혜. 도(道)에 여러 가지 차별이 있음을 아는 지혜를 이른다 함이, 대지도론의 견해다.
13536종공입가. 2795의 주.
13537일체지. 다음에 나오는 일체종지와의 관계에 대해, 대지도론은 이같이 해석했다. 둘이 다 온갖 것을 이해하는 지혜지만, 총상(總相)에 해당함이 일체지요 별상(別相)에 해당함이 일체종지며, 인(因)에 해당함이 일체지요 과(果)에 해당함이 일체종지며, 간략히 설하면 일체지요 자세히 설하면 일체종지라는 것. 따라서 일체제법의 전체적 평등상을 이해함이 일체지요, 그 평등에 상주해 차별의 모습을 이해하는 지혜가 일체종지임이 될 것이다.
13538중도정관. 중도의 바른 관법. 중도관.
13539일체종지. 12879의 ‘일체지’의 주 참조.
13540무명번뇌. 무명혹(無明惑)을 이른다. 소위 삼혹(三惑) 중의 그것이니, 457의 ‘障中道微細無明’의 주.

 [석첨] 두 번째로 대품반야경에 의거해 삼관(三觀)을 밝힌 것이다.
 질문. ‘이제 이 글 중에서는 이 *네 가지 것을 가져다 삼관에 배당했는데, 대지도론 속에서 *인중(因中)의 총별(總別)․*과상(果上)의 총별을 해석한 것과는 어떤 다름이 있는가.’
 대답. ‘말은 달라도 뜻은 같다. 어찌해 그런가. *공가(空假)를 인(因)이라 하고 중도(中道)를 과(果)라 하는 바, *종가입공(從假入空)은 인증의 총상(總相)이며, *종공입가(從空入假)는 인중의 별상(別相)이며, 별교인 사람은 중도를 닦되 처음에는 다만 총상을 관할 뿐이므로 과상의 총상임이 되며, 만약 초지(初地)에 들어 *이제(二諦)를 쌍조(雙照)한다면 과상의 별상임이 된다. 마땅히 알지니 네 가지 것과 삼관은 다르지 않은 것이다.’

次依大品明三觀者. 問. 今此文中, 將此四義, 以對三觀. 與大論中, 釋因中總別․果上總別等, 有何差別. 答. 言異義同. 何者. 空假爲因, 中道爲果. 從假入空, 爲因中總相. 從空入假, 爲因中別相. 別人修中, 初但總相, 爲果上總. 若入初地, 雙照二諦, 爲果上別. 當知四義, 與三不殊.